예술적 영감을 주는 집안 환경에서 자연스레 체득한 심미안에 더해, 유년 시절 팽이나 썰매를 직접 만들며 손에 익힌 감각과 기억은 우상욱 작가를 도예가의 길로 이끌었다. 손으로 하는 모든 행위가 잘 맞았다고 말하는 그는, 수십년 간 계속해서 흙을 만지고, 늘이고, 느끼며 흙의 새로운 물성을 파악하는 데 몰두해왔다. 자신에게 촉각적 만족감을 주었던 흙이 다른 이의 손으로 떠나, 새로운 만족감을 주게 되는 모든 과정에는 공예적 삶을 위한 우상욱 작가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묻어 있다. -우상욱 작가에게 다기는 실생활과 작품성 및 예술 정신을 절충할 수 있는 매체이다. 한 번에 성형이 가능한 공기와 달리, 손잡이나 물대, 뚜껑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된 다기는 독특한 조형미를 더하기 적합했기 때문에 작품의 독창성과 소장 가치를 추구하는 그에게 훨씬 흥미롭게 다가왔다. 형태에 따라 출수나 절수를 위한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다기의 매력 중 하나였다. 우상욱 작가는 수 천 년 역사의 차문화 전통이 담긴 다기를 현대인들이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성의 조화를 도모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다기는 어떤 풍경과도 잘 어울린다. -송하요의 다기에는 흔히 떠오르는 도자기의 유려한 곡선 대신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직선과 그것이 이루는 각과 면이 두드러진다. 우상욱 작가는 백자나 청자와 같은 전통 도자기와의 차별점을 사각에서 찾았다. 그의 모든 작업은 사각에서 출발하고, 변주를 거친다. 그에게 사각은 밋밋한 둥근 원이나, 불안한 형태의 삼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안정적이고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다관의 물대에 각을 내는 등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사각이 주는 매력은 그 모든 수고로움을 인내하게 한다. 우상욱 작가가 빚는 선은 날카롭거나 차갑지 않다. 그의 손길을 거쳐 1200도가 넘는 불 속에서 자화의 시간을 견딘 선은 삶의 모든 굴곡이 단단히 응축된 느낌을 주며, 무엇이든 감싸 안을 수 있는 선이다. -우상욱 작가가 작품에서 고집하는 흑색은 그의 말처럼 별난 색이다. 흑자는 고려시대에 유행한 이후 맥이 끊겨 백자에 비해 희귀하고 개성이 있지만, 소성의 과정이나 사용하는 유약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며 색이 조금씩 달라진다. 특히 생활자기에 흑색을 사용하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서 모험과 다름없다. 송하요의 흑자는 항상 새로움과 완벽을 추구하며 도전을 서슴지 않는 우상욱 작가의 인고의 결과물이다. 그는 고려시대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오랫동안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흑자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유약과 흑토를 시도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거쳐 현대적이면서 실용성 높은 지금의 흑자를 완성했다. 흑색이 주는 특유의 세련된 미감은 고금을 아우르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송하요 다기의 독특한 질감은 석조나 고목의 표면을 연상케 한다. 우상욱 작가는 그의 다기에 촉감의 만족을 가미해 다도의 즐거움을 배가하고자 했고, 이것이 인위적이기 보다는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뤄지길 바랐다. 이를 위한 그의 노력은 ‘트임 기법’에서 절정에 이른다. 우상욱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다기의 표면 질감처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흙의 본질적인 물성과 다양한 장르의 기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트임 기법을 개발했다. 트임 기법은 성공 확률이 40퍼센트 정도에 불과할만큼 세심하고 정교한 공정을 필요로 하기에 상업성을 고려하면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우상욱 작가는 트임 기법으로 탄생한 독창적인 질감과 작품성은 송하요만의 것이라 설명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흙의 자연스러운 성질이 그대로 담긴 송하요의 자기는 자연의 생명력을 손 끝에서 온전히 느끼게 하고, 차의 따뜻한 온기와 어우러져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우상욱 작가는 가마 소성을 기다리는 과정이 여전히 설렌다고 말한다. 불을 거친 흙이 주는 우연적인 결과물을 작업의 즐거움이라 여기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할 것이란 열정을 보였다. 인공적인 화려함보다는 자연이 더 진한 여운을 남기듯, 자연을 닮은 그의 작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예의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본 고의 저작권은 리마에 있으며 동의없이 도용 및 무단 재배포를 금합니다. 문의: info@gallerylimaa.com